레트로(Retro) –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현재”
복고풍이나 복고주의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지금 복고풍이라고 하면 세대마다 좀 차이가 있겠지만 1980~2000년대를 주로 얘기한다. 그런데 지금 복고라고 얘기하는 그때에도 복고풍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복고풍에 대한 관심이 많고 적고 차이일 뿐이지 시대를 막론하고 복고풍은 항상 있어왔던 것이다.
‘당신도 혹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시절이 있나요?’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20대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90%가 넘는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돌아가고 싶다는 이유가 단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로 돌아가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던 대부분의 사람이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과거를 향한 그리움의 감정이 바탕일 것이다.
최근 여러 산업 및 일상에서 과거의 것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복고주의 경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패션, 음악, 음식, 전자제품,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 많은 분야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복고주의, 일명 ‘레트로(Retro)’ 열풍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레트로란?
회상, 회고,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 전통 등을 그리워하여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 후반까지의 레트로는 ‘뒤로’ 혹은 ‘되받아’의 뜻을 가진 접두어로서 ‘Pre’ 의 반대 의미로 사용되어 오다가 음악과 패션, 디자인 등에서 빈번하게 등장하여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자 신조어로서 명사화되었다.이러한 ‘레트로’가 패션에서 스타일의 한 형태가 된 것을 ‘레트로 룩’이라 하며 디자이너 입생 로랑이년 S/S 컬렉션에서 1940년대 패션을 재현시킴으로써 레트로룩이 한 장르로 등장하게 되었다. 패션에서의 레트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고주의 패션, 또는 과거 지나간 시대의 패션을 현시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어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것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기 위해 과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감각을 현대와 접목하여 현대적 감성에 맞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시대별로 등장하는 ‘레트로 룩’을 통해 과거를 바라보는 그 시대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알 수 있다. 현대 복식에서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었다.
(출처 : 위키백과)
레트로 열풍의 이유는 무엇?
우리가 이렇게 지난 옛날 문화에 대해 열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레트로 문화가 열풍 하는 데에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하여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등으로 이어지는 퇴행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과거를 지속해서 그리워하는 까닭은 지금에서의 불만족한 삶을 벗어나고 싶어 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구시대에 대한 동경심과 그리움이 더해져 추억에 새로운 판타지를 양성하고 그에 빠져 있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실제로 경제 불황이 깊어질수록 복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 용어인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으로도 설명된다. 회고 절정이란 노인들에게 자신의 생애에 대한 기억을 회고하게 했을 때, 15~25세의 기억이 전체 기억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등 젊은 시절의 기억을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당시에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다 할지라도 젊었던 그 시절만큼은 순수하게 기억되고 다시 돌아보았을 때 아름답고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이러한 복고주의적 심리를 이용한 '레트로 마케팅'이 이용되기도 하는데, 레트로 마케팅이란 어떠한 현재의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대중들의 관심사인 레트로 문화를 이용해 과거를 판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여러 동제품 기업이나 가전제품 기업 등에서 20세기에 출시되었던 장수 제품들의 디자인을 다시 사용하여 판매하는 등 레트로 마케팅은 하나의 마케팅 기술로써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외에도 예전에 먹던 음식과 현대 음식의 융합, 예전에 인기 있던 캐릭터의 부활, 예전에 보고 듣던 영상이나 음악 등의 수많은 레트로 마케팅은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레트로 감성을 입힌 전자제품(TV, 냉장고, 가구, 키보드 등)들도 인기를 끌고 있고, 베이커리의 경우에도 토속적인 재료를 사용하거나, 옛날 정취를 느끼는 빵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자 빵,고구마빵, 야채 샐러드 빵 등과 같은 것이 있다. 1970년대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철수와 영희 이미지를 내세운 문구류가 인기를 끄는 일도 있다.”
MZ세대의 경우 기성세대와 레트로 현상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법이 좀 다르다. 레트로 문화에 대한 소비를 하나의 놀이처럼 생각하는 행태가 보편화됐고, 일종의 자기표현 수단이라고도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MZ세대의 복고문화 '뉴트로(Newtro)') 수집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추억을 소환하면서 힐링도 하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것인데, 레트로 열풍에 담긴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시장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레트로 열풍이 의미하는 것
최근처럼 레트로 문화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복고풍’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트렌드 중 하나였다. 유명 관광지나 테마파크 등지에서 ‘옛날 교복 체험’이나 ‘추억의 뽑기’ 등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그 예이다. 그런데 최근의 복고 경향은 그 형태가 좀 달라 보인다. 이전의 복고 유행이 일회성 체험이나 간접 경험에서 그쳤다면, 최근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은 마치 시간적 배경 자체를 과거로 옮기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눈앞의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청춘이 낭만, 여유, 문화 등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레트로 문화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렇듯 빡빡한 세태에 대한 나름의 ‘저항’ 일 수도 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가 된 레트로 열풍 속, 과거를 그리워하는 청춘들의 심리를 짚어 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오래된 때 묻고 낡은 것들이 전해주는 감성은 과거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의 차원을 넘어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으로 발생하는 회의감과 피로를 해소하는 탈출구로 작용하고 있다. 레트로 문화의 유행의 이유가 암울한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던 단순한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이던 그 시절의 감성과 철학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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