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 시장의 변화 – “운명”이 바뀐다
운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와 함께해왔다. 동양에는 사람의 출생 연·월·일·시로 일생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주가 있다. 명리학에 따르면 사주팔자를 통해 사람의 성격과 인간관계, 재물·직업 운 등을 비롯한 운수를 알 수 있다. 수백 년간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주와 다르게 타로점은 2000년대 초반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며 뒤늦게 알려졌다. 타로점은 죽음의 여신, 마술사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78장의 카드를 뽑고, 그림을 해석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역술이다. 일생 전반의 길흉을 점치는 사주와 달리, 타로점은 대체로 가까운 미래를 설명한다.
요즘 젊은 세대 중에 아침마다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실용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젊은 세대가 운세를 확인한다는 게 좀 의외다. 이게 끝이 아니다. 평소 고민이 있거나 심심하면 친구와 함께 사주집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도 즐겨하곤 한다고 한다. 운세 시장과 거리가 멀 것 같은 MZ 세대들이 사주, 운세, 관상, 타로 등 운세를 예측하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운세 시장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
운세란 무엇인가?
운세의 사전적인 뜻풀이는 사람이 타고난 운명이나 운수를 총칭하는 말이다. 과학적인 문명이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도 수세기전에 만들어진 운세 관련 토정비결, 사주, 궁합 등과 점은 불확실성을 보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학문에 의한 해석 풀이 이기 때문에 족집게처럼 맞는다라고 단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토정비결이나 사주를 보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굳이 본다면 세태 변화에 적응하며 함께 움직인다. 철학원이나 역술원, 인터넷 운세사이트 점집을 찾는 사람의 궁금증은 크게 사주, 돈, 취업, 궁합 등 네 가지로 대별된다고 한다. 물론 가정의 가화만사성을 바라는 마음에서 보는 이도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가정의 평화와 안위를 우선하여 이런 곳을 주로 이용했다면 현대엔 개인주의의 만연함을 대변하듯 개인에 관련하여 많이 이용한다. 점이나 운세를 재미나 심리적 의존대상으로 여기며 보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현실을 분석하는 도구로까지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운세시장이 영화시장보다 2배?
운세 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유구한 역사를 지녀왔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시도, 산업, 사업체구분별 사업체 수, 종사자 수에 따르면 2019년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수가 9244개, 종사자수는 1만 745명, 매출액은 174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 특성상 공식 집계가 어려운 곳이 많아 실제 규모는 통계청 자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가운데 9명 꼴로 운세를 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많은 MZ세대가 운세를 보는 행위를 보편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다소 놀랍다. 10대 청소년들 또한 운세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한다. 한 단체에서 운세 서비스에 관해 청소년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청소년들 또한 4명 중 3명이 2022년 신년 운세를 이미 봤거나 볼 계획이 있다(75%)고 응답했고,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월 1회 이상 운세를 본다(51%)고 답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운세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프라인이 아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서비스의 빠른 성장이다. 사주, 타로, 손금, 관상, 신점, 토정비결, 별자리 등 기본 내용은 같으나 예전처럼 오프라인으로 신기 있는 보살이나 족집게라는 능력자(?)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 5년 사이 운세 앱 서비스 시장이 약 3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운세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요즘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운세 시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운세를 보려는 이들은 지인의 추천이나 입소문만으로 점집을 찾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이용 가격이 불투명해 소위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여러 점집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투명해졌다. 역술가를 중개하는 운세 앱 ‘점신’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동일 분야 앱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점집의 이용 가격을 비교하는 동시에 수천 개의 후기를 볼 수 있으며, 최근엔 부적 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해 한 달 만에 완판 하는 성과를 올렸다.
사회 전반적인 추세인 비대면 운세 서비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유행 초기 가장 인기를 끈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동영상 콘텐츠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현재 2만 6천 개에 달하는 타로 상담 콘텐츠를 볼 수 있으며, 인기 채널 중 하나인 ‘타로호랑’은 약 44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또한,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 유명인의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콘텐츠는 조회 수가 수백만 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공지능과 운세를 접목한 이색적인 조합도 눈길을 끈다. 2~30대 이용자가 전체 가입자의 70%에 달하는 온라인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는 사주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사주 분석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런 비 대면 운세 서비스의 폭발적 증가가 운세 시장에 대한 청년층의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외에도 AI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관상을 분석하는 ‘운수도원’, 타로·신점·사주·심리 상담 등 각 분야 역술인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출장도사’, 프리미엄 타로 서비스를 지향하는 ‘오즈의 타로’ 등의 앱이 인기이다. 금융사들의 앱에서도 가벼운 운세 서비스를 제공해 자사 고객의 충성심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한 시중 은행의 뱅킹 앱과 카드 앱에서는 동양 운세와 타로점 서비스를 해당 금융사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일부 은행에서도 정통 운세와 토정비결 등의 운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운세 서비스를 예전처럼 미신의 영역이 아니라 상담의 영역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나 심리 상담사처럼 대화를 이끄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다고 하는데 타로를 상담이나 치유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경제 불황, 사회적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커지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수요와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심리테스트 개념으로 운세 클래스를 접하는 수요도 늘었다고 한다.
어느 동양철학자의 얘기로는 인간의 운명을 100으로 봤을 때 내가 타고 태어나는 것이 30, 내가 살아 온 환경이 30,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40이라고 한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힘으로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믿고 싶은 얘기이다. 무엇이든 너무 집착하면 좋지 않듯이 가볍게 재미로 보는 운세는 생활에 활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