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과 파이어 운동 – “멋진” 노후를 위하여
일, 집, 먹고사는 비용 등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이 금전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것,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기성세대의 경우 최대한 오래 일해 모은 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자 했다면, 요즘은 투자나 절약을 통해 모은 자산을 바탕으로 빨리 은퇴하고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선 '결혼자금 마련'보다 '은퇴자산 축적'이 더 중요한 재무적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때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욜로(YOLO)’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빠르게 자산을 축적해서 조기 은퇴를 원하는 '파이어(FIRE)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어족과 파이어 운동
파이어 운동(FIRE movement)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 주로 밀레니얼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파이어 운동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별도로 파이어족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빠른 은퇴를 위한 방법으로 극단적인 소비 절감과 저축을 통해 40대 전후에 조기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필요한 소비에서 벗어나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가치 전환이 핵심이다.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에 흔히들 부자와 혼동하곤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사실 FIRE라는 단어에는 어디에도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경제적 독립과 경제적 자유는 어감 차이가 상당한데, 현재 한국에는 경제적 자유라는 말로 인해 마치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는 부자의 느낌이 강하다. 파이어는 경제적 '독립'으로 내가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냐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은퇴 후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절약하며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출처 : 위키백과)
파이어 운동의 시작과 변화
파이어 운동은 1990 년대에 시작되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기반을 다져왔다. 여러 영향력 있는 블로그와 웹사이트에서 파이어 운동을 개인적인 재정 전략인 동시에 소비를 줄이고 지구를 구하는 보다 단순한 삶의 방식이라고 홍보한다. 파이어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을 사용하여 남은 생애 동안 충분한 수입이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축적해야 하는지 투자자에게 알려준다.
잘 알려진 공식 중 하나가 “4% 룰”이다. 연간 7%의 평균 투자 수익률과 3%의 물가상승률을 가정할 때 은퇴자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에서 매년 4%를 인출하여 생활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공식은 여러 가정을 기반으로 하며, 그러한 가정은 주식시장의 과거 성과와 연결된다. 과거 시장 성과에 비추어 유효한 가정이 미래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파이어 운동의 유명세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금융 위기 후 몇 년 동안 공포와 불확실성이 팽배하면서 MZ 세대 노동자들은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에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개인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저축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시기가 파이어족의 태동기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내의 경우 해외의 사례와는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본래 파이어 운동은 ‘원하는 목표액을 달성해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덜 쓰고 절약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즉, ‘일정 목표 금액을 모아 여유 있는 삶을 산다’ 보다 ‘낭비하지 않고 아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에 가깝다. 이들에게 ‘경제적 자유’이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근간이었다.
조기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한 미국 파이어족과 비교하면, 한국의 파이어족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국내 파이어족은 조기 은퇴를 추구하지만 은퇴 이후 삶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재정’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이에 따라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저축'보다 '투자'에 집중된다. 고정수입을 투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영끌', ‘빚투’와 같이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빠르게 수익을 내고 은퇴 시기를 앞당기려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파이어족 열풍에 불씨를 댕긴 것은 주식 가격의 급등과 가상화폐의 급성장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상화폐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 자금이 몰리면서, 젊은 직장인이 투자에 성공해 갑자기 큰 수익을 실현하고 은퇴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퍼졌다. 한창 일할 나이에 노후자산을 마련하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 파이어족의 삶의 방식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생기게 했다. 부의 축적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도 저변에 자리 잡았고, 저금리 환경 및 부동산 급등으로 인한 불안감과 박탈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급격하게 사회적으로 퍼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등장 및 변화의 상황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한 첫 단추는 단순하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가 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이다. 파이어족을 목표로 하기 이전에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은퇴 이후의 인생에 대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파이어족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맞는지 파악할 수 있고, 파이어족의 삶을 결정한 경우 필요한 목표 은퇴자산과 해당 목표 은퇴자산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자금을 모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 상황은 언제든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영향받을 수 있고, 은퇴 플랜의 핵심인 ‘원금’도 흔들릴 수 있다. 별도의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한, 파이어족은 자신이 설계해둔 연 생활비에 맞춰 여생을 보내야 하는데, 물가 상승과 함께 매년 더 근검절약하는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되겠다.
무엇보다도, 하루라도 더 빨리 은퇴하고 싶은 마음에 고위험 투자 상품에 집중하다가 손해를 보면 도리어 은퇴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단기적 고수익을 목적으로 특정 자산에 집중하는 투자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은퇴 이후 원하는 삶의 방식을 정확히 알고, 그에 필요한 목표 은퇴자산을 설정한 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세워 투자해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자산 배분으로 자산을 천천히 불려 가는 게 좋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고 급할수록 쉬어 가라는 말도 있듯이 시간을 가지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더 빨리 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