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L(Buy Now Pay Later) – 선구매 후결제
전자제품, 사무용품, 음식, 식료품, 일상 생활에 필요한 용품 등 요즘 온라인 쇼핑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할 때 대부분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이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결제 수단 중 원하는 결제 수단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할까? 해당 제품의 구매 조건이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좋다면 불편을 감수하고 구매를 진행할 확률이 크고 그렇지 않다면 내가 원하는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온라인 쇼핑 초장기 때에는 안정적으로 온라인 쇼핑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결제 수단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아서 자신이 원하는 결제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해당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으로 이동하여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의 50%가 자신이 원하는 결제 옵션이 제공되지 않으면 구매 도중 이탈한다고 할 만큼 온라인 쇼핑에서 결제 옵션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계좌이체, 휴대폰 소액결제, 안전결제(ISP) 및 신용카드 간편결제에 이르기까지 지불 방식과 수단은 점점 더 다양해져 왔고 최근 들어서는 핀테크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더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유럽, 호주 및 미국 등지에서는 ‘선 구매, 후 결제’ 라는 새로운 결제 서비스가 유명 스포츠용품·패션·뷰티 쇼핑몰을 중심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BNPL이라는 신개념 온라인 결제 서비스가 MZ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이다.
BNPL이란?
BNPL(Buy Now Pay Later)은 말 그대로 지금 사고 나중에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이다. 소비자가 가맹점으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소비자 대신 결제 업체(서비스 제공업체)가 먼저 대금을 가맹점에 전액 지불하고 소비자는 결제업체에 구매 대금을 몇 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와 무엇이 다를까 싶지만 소비자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이용이 가능하며 분할납부 거래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와는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BNPL 업체는 소비자에게 무이자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BNPL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의 구매 부담은 줄이되 가맹점에 5~6%라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신용카드 가맹수수료가 일반적으로 2~3%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수료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비싼 수수료에도 가맹점이 과연 BNPL 서비스에 왜 가입할까?
비슷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많이 사용하는 음식 배달 플랫폼을 생각해보면 가맹 음식점 입장에서는 배달 건 당 높은 수수료율을 지급하면서 플랫폼 가입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초기에는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음식점이 음식 배달 플랫폼에 가맹되어 있는 것은 최종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BNPL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구매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BNPL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BNPL 서비스 가맹점의 소비자 구매율이 높아진 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BNPL 서비스를 도입하는 가맹점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고도 신용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후불 결제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미국과 유럽으로 시장을 넓혀가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BNPL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지급결제수단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이들의 구매를 가능하게 한 결제시스템이 소비패턴을 바꾸고 있다.
MZ 세대의 새로운 결제 수단 BNPL
BNPL은 해외에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비교적 경제력이 약한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BNPL은 신용 카드 발급에 필요한 소득 증빙 없이도 앱(App)을 다운로드하여 가입만 하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거나 신용카드 사용을 선호하지 않으며, 쉽고 간단한 디지털 소액 신용대출 서비스 니즈가 있는 M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2030 세대의 경우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아 신용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온라인 쇼핑 시 체크카드로 고가 상품 구입의 어려움을 느껴 대체 수단으로 BNPL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온라인을 통한 명품, 전자기기 등 고가 제품 구입이 늘어나면서, 카드로 전액 결제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MZ세대는 무이자 할부서비스가 가능한 BNPL 사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대표적인 BNPL 기업인 Afterpay 조사에 따르면 BNPL을 사용하는 이유 중 1위는 신용카드의 금리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아서(39%), 4위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16%), 5 위는 신용카드 심사 통과를 못해서(14%)로 나타났다. Afterpay 서비스의 MZ세대 이용률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BNPL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경제력이 약한 MZ세대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BNPL 기존 결제 시장을 점령할 것인가?
BNPL 서비스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BNPL 서비스를 통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0%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 핀테크 업체 ‘스퀘어’는 호주의 BNPL 스타트업 ‘애프터페이’를 290억 달러(약 34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호주 M&A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이다. BNPL의 무서운 성장세에 세계 최대 간편 결제기업 ‘페이팔’,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애플도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BNPL 서비스인 ‘애플 페이 레이터’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국 전체 소매업체의 85%가 애플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큼, 애플이 BNPL을 시작할 경우 서비스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해외에선 MZ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BNPL이 꽤 쓰인다는 것이다. 미국 내 35~44세의 50%, 45~54세 42%가 BNPL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호주의 경우 전체 인구의 22%인 580만 명이 ‘애프터페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등 BNPL 이용이 다양한 연령에 걸쳐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2020년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편을 토대로, 후불 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분류해 관련 사업자들에게 특례를 부여했다. 후불 결제 한도는 30만 원(개인별 한도 차등)이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한도(30만 원)를 참고했다. 금융위는 "카드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초년생 등이 편리하게 각종 페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입 의도를 밝혔다. "후불 결제 기능이 (카드업계 우려대로) 여신 기능으로 작동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외의 BNPL 서비스와는 다르게 분할납부는 불가능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만 19세 이상,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 1년 이상 사용자 일부를 대상으로 자체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게 월 30만 원 한도를 부여한다. 소비자가 네이버쇼핑에서 50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할 경우 후불 한도 30만 원이 남아 있다면 모자란 20만 원만 먼저 내고 후불 30만 원은 다음 달에 내면 된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버스·지하철·택시·하이패스 등에서 선불 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의 충전금이 부족할 경우 월 15만 원 한도에서 BNPL을 적용할 예정이다. 쿠팡은 네이버와 카카오보다 앞서 후불 결제 시험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오는 10월부터 서비스를 종료한다.
쿠팡은 후불 결제 서비스 ‘나중 결제’를 도입했었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자회사 쿠팡 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연체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후불 결제 서비스도 2021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신용카드 이용이 어려운 청년·주부 등 금융 약자에게 소액 신용 결제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
BNPL의 명과 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신용 거래 이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MZ세대들에게 BNPL서비스는 신용카드가 필요하지 않고 소비자가 한 번에 내야 할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원하는 소비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으로 새로운 결제 서비스의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젊은 층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저 신용자의 거래가 늘어나 신용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세 회사에 별도의 정보 공유 의무를 두지 않았다. 일반적인 금융사의 대출이나 신용카드 대금의 경우 5만 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했을 때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연체 정보를 등록, 여신 사업자 간 정보를 공유하게 한 조치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를테면 토스 BNPL 연체자가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에 또 연체를 일으켜도 이들 회사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핀테크 관계자는 “회사 간 연체 이력이 공유되지 않아 자사 고객의 연체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액의 연체 이력이 계속 남게 되면 당사자의 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연체 이력 공유 조건을 두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애초에 BNPL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는 선불 전자지급 수단을 기반으로 하는 BNPL이 신용카드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이들 사업자가 규제 샌드박스 속에서 후불 결제 업무를 영위하도록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 등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금융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소액신용 기회를 제공하고, 번거로운 절차의 결제수단을 이용하던 이들에게 편의성을 높여줄 BNPL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낮은 문턱과 결제의 편리함을 내세운 BNPL을 통해 소비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선택의 폭 또한 넓어진 만큼 개인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소비하는 건전한 소비 생활을 하고 사회는 금융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선제 조치하는 제도를 만들어 모두에게 이로운 새로운 결제 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