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제사를 지낸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뜻에서 매년 기일이 되면 제사를 지낸다.
제사라는 단어를 영어로 쉽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얽혀있는 단어라 그런지도 모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이다. 하지만 체계화된 종교 문화보다 훨씬 오래된 한국의 제사를 이렇게 간결하게 설명하기에는 전통의 뿌리가 너무 깊다.
대부분의 일신교 나라에서 기일을 챙기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대가족이 모여 음식과 술을 나누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사가 끝난 뒤 술과 음식을 나눠먹는 풍습이 가족 간의 우애와 화목을 다지는 의미를 가진다.
오늘은 이런 제사의 의미와 제사상 차리는 법 등을 알아보기로 하겠다.
제사의 의미
제사의 "祭는 사람과 귀신이 서로 교제한다(際)는 뜻이며, 祀(似와 같다)는 비슷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즉 돌아가신 조상의 혼령과 만남(際)을 갖는 것과 비슷한 것(似)이란 뜻이다. 이렇게 보면 제사란 음식을 거창하게 차려 놓고 조상신이 와서 드시고 복을 내려주는 행사가 아니라 조상과 후손 또는 후손들 간의 교감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사(祭祀)란 신이나 신령, 죽은 사람의 넋 등에게 제물을 봉헌하는 의식을 말한다. 따라서 고대 종교의 신전 제의, 가톨릭의 미사 등도 일컫는 폭넓은 개념이지만,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주로 조상제사의 의미로 쓰인다.
전세계 어디에나 제사에 해당하는 조상 추모 의식은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유교적 제례 행위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유교식으로는 기본적으로 사대봉사(四代奉祀)라고 하여 '제주'의 4대조(부, 조부, 증조부, 고조부)까지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기본이었고, 이게 넘어가면 매안(埋安)이라고 하여 신위를 사당에서 옮겨 땅에 묻고 원칙적으로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이후 5대조 이상의 조상은 개개인의 기일이 아닌 음력 10월에 동시에 기리는 묘사(墓祀)를 지내거나, 큰 공을 세운 조상의 신위는 시대가 지나도 옮겨 그만두지 않고 계속 제사를 지내는 불천위(不遷位) 같은 예외가 추가되었다.
제사의 유래를 보면 ‘자연재해, 질병, 맹수들의 공격 같은 인간 집단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재앙을 막기 위해 하늘이나 땅, 강이나 바다, 오래된 나무, 높은 산, 조상 등에 절차를 갖추어 빌었던 토테미즘이나 샤머니즘에서 유래되었다. 흔히 우리가 '제사'라고 하면 유교의식에 기반을 둔 '조상 제사'를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제사는 중, 근세에 이르러 유교와 결합하면서 조상숭배의 제도로 고착돼 종교적 의미를 가지면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 후 정교가 분리된 이후에도 황제는 하늘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며, 자신의 조상을 신격화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권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차례는 명절 제례로 고려시대부터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 그대로 원래는 차를 올리는 다례였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시대 양반 가문이나 상류층 가문들은 가문의 정통성, 단합이나 세를 보여주기 위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제사의 종류
1. 기일제사(忌日祭祀)
기일 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올리는 제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기제사가 중시되어 모든 제사에 우선되었고 제수도 가장 풍성하게 차렸다. 기일제사에는 다른 제사와 달리 돌아가신 당사자만을 제사하는 것이었으므로 신주나 지방도 당사자의 것만 모시고 제수도 단설로 하여 행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가문에서 제사 당사자와 그의 배우자를 합설하여 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왔다. 이는 인정으로 보아 당사자 한 분만을 향사하기가 미안하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부모를 함께 제사하는 시제나 이제가 잘 시행되지 않았던 까닭에서 비롯된 풍습으로 생겨났다. 기일에는 특별히 근신하는 도리와 처신이 강조되었다.
이 날은 술을 마시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고 음악을 듣지 않으며 검정 두루마기, 흰옷, 흰 띠를 착용하고 저녁에는 안방에 들지 않고 사랑채에서 잔다.
2. 사시제(四時祭)
사시제는 보통 시제(時祭)라고 부르는 것으로 사계절의 가운데 달(음력 2, 5, 8, 11월)에 고조부모 이하의 조상을 함께 제사하던 합동 제사이다. 시제는 정재(正祭)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제사의 으뜸이며 표상이었다.
또 그것은 일종의 축제와도 같은 것으로서 이날은 제사를 마친 후에 친지와 이웃을 초청하여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기제가 중시되면서 시제에 대한 인식은 점차 퇴색되어 간 듯하다.
3. 선조제사(先祖祭祀)
가례의 선조에 대한 제사는 초조(初祖)와 그 이후 5대조까지 여러 선조에 대한 제사로 나뉜다.
전자는 시조의 직계 종손만이 행하는 것으로 매년 동지에 거행하고 후자에 대한 제사는 역시 그 선조의 직계 종손만이 제사하는 것으로 매년 입춘에 거행한다.
시조는 가문과 종속을 있게 한 시조이며 동지는 음기 가운데 양기가 처음으로 생겨나는 때이므로 이때 초조를 제사한다. 입춘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작이므로 그 형상이 선조와 같다 하여 이 날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절차는 대체로 사시제와 흡사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시조의 직계 종손 외에는 이러한 제사를 드릴 의무가 없고 또한 현대에 이러한 계절 제사를 모두 시행하기는 어렵다.
4. 부모제사(이제)
부모를 위한 정기 계절 제사는 매년 9월에 거행된다. 9월에 행하는 것은 이때가 만물이 이루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 대부분 진행 절차는 역시 시제와 같고 축문의 문구만 조금 다르다. 부모의 제사를 특별히 따로 둔 것은 그 친분이 다른 조상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오늘날 따로 날을 잡아 행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부모의 기일을 그냥 넘기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를 기일에 행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5. 묘제(墓祭)
묘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음력 10월에 많이 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묘제를 시제라고 칭하며 음력 10월에 기제사를 지내지 않는 그 위 대의 조상, 즉 5대조 이상의 조상에 대한 제사를 1년에 한 번 지내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원래 시제와 묘제는 전혀 다른 제사였다. 묘제는 그 조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것이 원칙이다. 산소를 잃어버리거나 산소에 갈 수 없을 때는 연고지에 제단을 설치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시제에는 직계 자손, 방계자손을 포함하여 누구라도 참석할 수 있다. 묘제는 그 제사의 장소가 산소이므로 그 진행 차례도 집 안에서 지내는 제사와는 다르고 또 산신에 대한 제사가 따로 있었다. 묘제가 끝난 후에도 우리 전통 풍습에는 제사음식 나누기 곧 준의 풍습이 있었다.
6. 차례
설, 추석등에 지내는 차례는 오늘날 제사의 상징처럼 중요하게 인식되지만, 예전에는 속절 제사라고 불리던 것으로 예법에 있는 제사가 아니다. 따라서 어떠한 예서에도 이 명절의 차례에 대한 전례가 수록되어 있지 않다.
명절의 차례는 산(生) 사람들만 즐겁게 지내기 미안하여 마련한 약식 제사라고 할 수 있다. 차례는 시제에서와 같이 제사의 대수 안에 있는 조상들을 한자리에서 함께 지낸다. 예를 들어 고조까지 4대 봉사하는 가정에는 고조부모 이하의 조상들을 함께 제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설날에는 집에서, 한식과 추석에는 묘소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지금은 모두 집에서 지내는 것이 관례화되었다.
차례의 제사는 일종의 약식 제사로서 그 절차가 매우 간소하였다. 술은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 떡국이나 면, 떡등 그 계절에 먹는 음식을 올리고 밥과 국은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추석과 설날의 차례에 밥과 국을 올리는 집이 많다.
7. 한식
한식은 청명 다음날로 동짓날부터 계산하여 1~5일째 되는 날이다. 이 날은 예로부터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것이 관습이었다.
한식이란 말은 옛날 중국에서 비바람이 심해서 불을 때지 않고 찬밥을 먹었다는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8. 연시제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드리며 봉사 대상은 원래 4대조까지였으나 요즘은 2대조까지만 한다. 차례 드리는 방법은 봉사 대상이 되는 여러분을 한꺼번에 모신다. 지방은 합사 하는 경우 종이에 나란히 쓴다. 메는 떡국으로 대신한다.
9. 졸곡(卒哭)
졸곡은 슬프면 곡하던 무시곡(無時哭)을 마치고 조석으로만 곡하는 것이다.
10. 부제
부제는 졸곡 다음날 망인의 새 신주를 조상의 위(位)에 부칠 때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11. 대상
대상은 초상으로부터 윤달을 결산치 않고 25개월, 즉 만 2년에 마치는 것이며 차례로서는 두 번째 기일에 행하는 제사이다.
12. 담제
담제는 대상을 지낸 뒤 한 달을 가운데 두고 지내는 것으로, 죽음으로부터 27개월 되는 달 삼순 중 한달을 가리되 정일(丁日)이나 해일(亥日)을 기리어 지내는 제사이다.
13. 소상
소상은 초상으로부터 윤달을 계산치 않고 총 13개월 되는 기일, 즉 기년 되는 날에 지내는 제사이다.
14. 길제(吉祭)
길제는 담제를 지낸 다음날 삼순(三旬) 중에 하루를 택하되 정일(丁日)이나 해일(亥日)로 하여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15. 이제
계추(季秋 ; 음력9월)에 지내는 제사로, 전달 하순에 택일하여 사당에 고하고 절차는 시제와 같다. 이제는 부친의 사당 제사를 말하며 "이"라는 말은 가깝다는 뜻이다.
16. 세사(歲祀)
10월에 택일하여 친진묘(親盡墓), 즉4대 조가 넘은 묘소에 한 해 지내는 제사이다.
17. 절사(節祀)
한식 혹은 청명파 추석에 상묘 하여 간단히 지내는 제사로 친진 묘에는 거행하지 않는다.
18. 산신제(山神祭)
묘사와 제사에는 먼저 산신제를 지낸다. 이 때는 향, 모사 없이 지낸다. 또 절사에도 산신제가 있으나 이는 절사의 진찬과 절차대로 행한다.
제사 절차
1. 영신(迎神)
대문을 열어 놓고 병풍을 치고 제상에 제수를 진설하고 지방을 모시고 제사 준비를 마친다.
2. 강신(降神)
영혼의 강림을 청하는 의식이다. 제주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향을 올리고 잔에 술을 조금 따라 두 손으로 향불 위에서 세 번 돌린 다음 모사(茅沙) 그릇에 조금씩 세번 붓고 두 번 절한다. (향을 피우는 것은 향을 피워 천상에 계시는 조상의 혼령을 청하여 모시는 상징적인 행위이고 또 모사에 술을 붓는 것은 향기로운 술을 땅에 부어 지하에 계실 조상의 신을 모시는 절차이다)
3. 참신(參神)
신위(神位)에 인사하는 절차로서 모든 참사자가 다 같이 두 번 절하고 주부 이하 여자는 네 번 절한다.
4. 진찬(進饌)
식어서는 안 되는 진수를 지금 올리는 절차이다.
5. 초헌(初獻)
제주(祭主 ; 큰아들)가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잔을 올린 뒤에 메 그릇과 탕 그릇 반개를 열고 물러 난다.
6. 독축(讀祝)
초헌이 끝나고 참사자가 모두 엎드려 있으면 축관이 축문을 읽는다. 축을 다 읽고 나서 참사자는 잠시 묵념을 하던지 곡을 잠시 하고 나서 모두 일어나서 두 번 절한다.
7. 아헌(亞獻)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의식으로 원래는 주부(첫째 며느리)가 올리다. 주부가 아니면 다음가는 근친자가 올리고 두 번 절하고 주부(여자)는 네 번 절한다.
8. 종헌(終獻)
세 번째 마지막 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아헌자의 다음가는 근친자가 잔을 올리는데 잔을 7부쯤 부어서 올리다.
9. 첨작(添酌)
종헌이 끝나고 조금 있다가 제주가 다시 신위 앞으로 나아가 끓어 앉으면 집사는 술 주전자를 들어 종헌 때 7부쯤 따라 올렸던 술잔에 세 번 첨작하여 술잔을 가득 채운다.
10. 삽시정저(揷匙正著)
첨작이 끝나면 숟가락을 메 그릇 중앙에 꽂는다.
숟가락 바닥(안쪽)이 동쪽으로 가게 꽂는다.
삽시정저가 끝나면 다시 재배한다.
11. 유식(侑食)
첨작과 삽시정저 두 절차를 통 털어 유식이라 하는데 이는 진지를 많이 드시라고 권하는 의식이다.
12. 합문(闔門)
조상님이 마음 놓고 잡수시도록 자리를 비우는 절차이다.
참사자 모두가 밖에 나가 읍한 자세로 잠시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 오던지 촛불을 잠시 끄고 그 자리에 엎드려 있다가 다시 촛불을 켠다.
13. 계문(啓門)
닫았던 문을 여는 절차이다. 헛기침을 세 번하고 문을 열고 참사자가 모두 들어간다.
14. 헌다(獻茶)
진숙수(進熟水)라고도 한다.
갱을 내리고 숭늉을 올린 뒤에 메 세 술을 떠서 물에 말아 놓고 저를 고른다.
참사자는 모두 모리를 숙이고 잠시 동안 있다가 고개를 든다.
15. 철시복반(撤匙復飯)
숭늉 그릇에 놓인 수저를 시접에 거두고 메 그릇의 뚜껑을 덮는다.
16. 사신(辭神)
고인의 영혼을 전송하는 절차로 참사자가 신위 앞에 두 번 절한 뒤 지방과 축문을 불사른다.
신주(神主)일때는 축문만 불태우고 사당으로 다시 모신다.
이로써 제사를 올리는 의식 절차는 끝난다.
17. 철상(撤床)
모든 제수를 물리는 것으로 제수(祭需)는 뒤에서부터 물린다.
18. 음복(飮福)
음복이란 조상님께 물려주신 복된 음식이라 하여 제사가 끝나면 헌 관 이하 참사자와 가족들이 모여서 나누어 먹는다.
제사상 차리는 법
1. 기준위치
제사상차림의 기준 위치는 지방(신위)이 있는 쪽이 북쪽이다.
신위의 오른쪽은 동쪽, 신위의 왼쪽은 서쪽이다.
2. 남좌여우(男左女右)
남자 조상의 신위, 밥, 국, 술잔은 왼쪽에 놓고 여자 조상은 오른쪽에 놓는다.
남자조상은 서쪽(왼쪽), 여자조상은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3. 합설(合設)
밥, 국, 술잔은 따로 놓고 나머지 제수는 공통으로 한다.
조상의 제사는 배우자가 있을 경우 함께 모신다.
4. 반서갱동(飯西羹東)
산 사람의 상차림과 반대이다.
수저는 중앙에 놓는다.
밥은 서쪽(왼쪽) 국은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5. 어동육서(漁東肉西)
고기는 서쪽(왼쪽), 생선은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6. 두동미서(頭東尾西)
꼬리는 서쪽(왼쪽), 머리는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7. 적전중앙(炙奠中央)
적은 옛날에는 술을 올릴 때마다 즉석에서 구워 올리던 제수의 중심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제수와 마찬가지로 미리 구워 제상의 한가운데 놓는다.
적은 중앙에 위치한다.
8. 탕은 3열에 위치한다
신위를 기준으로 1열은 밥과, 국, 2열은 적과 전, 3열은 탕, 4열은 포와 나물, 5열은 과일 및 과자류 순으로 놓는다.
9. 생동숙서(生東熟西)
나물은 서쪽(왼쪽), 김치는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10. 좌포우해(左脯右醢)
포는 서쪽(왼쪽), 젖갈은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11. 조율시이(藻栗枾梨)
보통 진열의 왼쪽에서부터 대추, 밤, 감, 배의 순서로 놓고 있다.
밤, 대추, 감, 배의 순으로 놓는다.
12. 홍동백서(紅東白西)
예서에 따라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