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중의원
일반적으로 양원제 국회에 있어서 하원은 상원과는 그 조직 원리를 달리하고 있고, 국민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며 헌법 및 국회법의 규정에 따라 중의원은 참의원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의원만이 내각불신임결 의권을 가지고 있고, 법률·예산의 의결이나 조약의 승인, 내각 총리대신의 지명 등에 있어서 중의원의 의결은 참의원의 의결에 우선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참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어 법률 안이나 예산안의 통과가 이전의 일방통행식과는 달리 참의원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상황이 이뤄짐에 따라 중․참 양원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국회를 구성하는 중·참의원은 원칙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중의원의 임기(4년)는 참의원의 임기(6년)보다 짧을 뿐만 아니라 임기 도중에 해산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충실하게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는 해 석되며, 이로 인하여 참의원에 비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근대 헌법의 효시는 1889년 제정된 ‘제국헌법’입니다. 이 헌법은 국민이 선출하는 중의원과, 황족·귀족 등으로 구성되는 귀족원(貴族院)의 양원을 뒀습니다. 귀족원이 참의원의 전신이다. 태평양전쟁 후 일본에 진주한 GHQ(연합국군최고사령부)가 1946년 만든 새 헌법 초안은 단원제였다. 그러나 일본 측이 귀족원의 전통을 고집함에 따라, GHQ가 양원 모두 민선(民選)으로 한다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의원 정수는 몇 차례 변화를 거쳐 중의원이 480석, 참의원이 242석이다.
참의원의 당초 설치 목적은 견제였다. '참(參)'이라는 글자도 '중의원의 논의에 참가한다'는 뜻에서 붙였다. 그러나 현대 일본 정치에서 참의원은 견제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다. 물론 국회 운영의 중심은 미국이나 유럽의 하원(下院) 격인 중의원이다. 중의원은 우선적 총리 인선권을 갖는다. 국가예산 편성권, 조약 비준권도 중의원만이 갖고 있다.
그러나 참의원은 이 세 가지를 제외한 모든 법안에 대한 사실상의 비토권을 갖고 있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참의원이 부결시킬 수 있다. 중의원이 이를 재가결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치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의원 의석 과반을 갖고 있더라도 참의원 의석이 과반이 안 되면 연립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치에서 중의원보다 참의원에서 연립이 비롯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이다.
자민당은 창당 다음해인 1956년부터 1989년까지 33년간 중·참의원 동시 과반이었습니다. 이때는 참의원이 '거수기'로 불렸습니다. 무용론도 나왔다. 그러나 8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상실함으로써 일본 정치에 연립의 시대가 시작됐다. 2007년 선거 때는 연립을 구성하고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리더십을 상실하고 1년에 한 번씩 총리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현 집권 민주당이 작년 8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전체 480석 중 308석(64.17%)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도 연립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참의원 의석이 과반이 안 됐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의 참의원 의석은 과반(122석)에 못 미치는 116석에 머물러, 사민당(5석)·국민신당(6석)과의 연립을 통해 과반을 확보했다.
중의원 임기가 4년인 데 비해, 참의원 임기는 6년이다. 중의원은 총리의 해산에 따라 언제든지 임기가 중단될 수 있는 데 반해, 참의원은 임기를 보장받는다. 참의원은 전체 242명을 절반으로 나눠 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른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 연립 파트너인 국민신당 의석을 더해도 109석밖에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의원과 참의원의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법률이나 예산의 의결권 등에서 중의원이 우월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 제로 국정의 중요 안건은 중의원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였다. 이에 대하여 참의원은 다른 관점에서 동일사안을 검토하는 ‘또 하나의 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실제로 과거에 중의원에서 통과된 안건의 경우에도 참의원이 다시 이를 검토하여 양원의 협의를 거쳐 수정한 사례도 수차례 있다.
또한 중의원이 임기 4년에 해산될 가능성도 항상 가지고 있는데 비하면, 참의 원은 6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여론에 좌우될 가능성이 적고 개별 정책과제에 대하여 장기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점도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참의원이 지금까지는 중의원의 결정을 복사하는 것일 뿐인 ‘카본 카피’라고 비판도 있어왔고, 중의원과 똑같이 정당간의 정쟁에 말려 들어 참의원으로서의 독자적인 성격도 엷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중 의원 낙선 후에 참의원으로 옮기는 이른바 ‘철새’ 의원들도 많아 참의원 불요론 도 제기되고 있으며, 참의원을 전직 수상 등의 유식자를 모아 정책검증의 장소로 하여 각 정당의 당의에 구속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등의 구체적인 개혁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대패로 끝난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 되었다. 민주당은 참의원에서의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함에 따라 이를 적극 활용, 참의원을 중심으로 하여 정책대결을 펼쳐 나간다는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즉, 의원제출법안을 참의원에 먼저 제출․의결시켜 중의원으로 송부하여 중의원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부담을 무겁게 한다든지, 결산심사를 보다 강 화하여 행정부를 강력히 통제한다든지, 참의원을 중심으로 국회의 국정조사권을 적극 활용한다든지 하는 전략들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국회는 국회 운영상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선례들을 자주 경험할 것이며, 중․참 양원에서 의견 일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 자주 발생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원 간의 불협화음을 해결을 위해 설치되는 양원협의회 1)도 자주 가동될 전망이다. 일본 국회 사무국 관계자들도 이러한 부분이 염려된다고 한다. 향후 일본 국회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현시점에서 정확히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국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