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콘텐츠 서비스의 핫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숏폼'일 것이다. 태생 초기 모바일에 한정된 특별 포인트로 비치던 숏폼 콘텐츠는 어느 순간 범위를 모든 콘텐츠 서비스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는 숏폼 형식인 '쇼츠(Shorts)'를 선보였다. 그 전에는 인스타그램이 '릴스(Reels)'를 서비스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로 형식의 짧은 영상, 즉 숏폼 콘텐츠라는 것이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유행이 아닌 엄연한 콘텐츠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트랜드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숏폼 콘텐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숏폼 콘텐츠 알아보기
숏폼 콘텐츠란?
‘숏폼’은 짧다 라는 뜻의 영어 단어 ‘숏(short)’과 형식을 뜻하는 ‘폼(form)’의 합성어이다. 즉, 숏폼은 글자 그대로 짧은(15초~최대 10분 이내, 일반적으로는 1분 이내의 짧은 영상) 영상을 뜻한다. 이 같은 숏폼 콘텐츠는 동영상 소비 패턴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메조미디어’는 기업의 광고 및 홍보용 영상 길이가 2016년 이후 점차 줄고 있으며 2분 이하의 영상이 전체의 7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숏폼 콘텐츠가 큰 호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M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15초~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콘텐츠를 긴 시간 소비하는 것보다, 요점만 짧게 파악하고 곧장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시청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 짧은 영상은 시청하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빨리 핵심을 이야기하고 끝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로 불리는 Z세대들의 디지털 트렌드에 대한 아래와 같은 습성이 숏폼 콘텐츠에 더 열광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 Z세대는 빠르게 트렌드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 Z세대는 소비를 할 때 '재미'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펀슈머(Fun-sumer)의 성향을 뚜렷하게 보인다
MZ세대는 원하는 것에 빠르게 몰입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빠르게 타오르고 빠르게 식는다. 이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들이 몰입하고 싶은 콘텐츠는 많지만, 그에 걸맞은 시간은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숏폼의 등장에 그들은 환호하며, 그들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틱톡이 불러온 숏폼 열풍.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등 여러 플랫폼이 가세하며 그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청과 제작이 모두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숏폼 콘텐츠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기만 해도 바로 다음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한 자리에 앉아서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영상을 소비할 수 있다.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5분 내에 마칠 수 있다는 것도 MZ세대를 사로잡은 이유이다. 각 플랫폼에서 바로 숏폼 영상을 제작해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템플릿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이 쉬워진 동시에, 템플릿 덕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어서 콘텐츠 제작의 문턱이 낮아졌다.
숏폼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있다. 국내는 오래전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이미 되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이 성장 배경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LTE’, ‘5G’와 같은 무선 통신기술의 발달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지하철, 버스 등 어디서나 수시로 영상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간편하게, 틈틈이 볼 수 있는 숏폼이 주목받게 됐다.
15초 영상의 짧지만 폭발적인 효과
이 같은 변화의 시작에는 ‘틱톡(TikTok)’이 있다. 틱톡은 2016년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선보인 숏폼 콘텐츠 플랫폼이다. 지난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기성 플랫폼을 제치고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2위를 달성했다. 또한 틱톡은 전체 이용자 중 51%를 MZ세대로 불리는 10~20대가 차지하고 있다. 각종 기업, 기관, 연예인들은 잠재적 구매력을 갖춘 MZ세대를 포섭하기 위해 틱톡을 통한 각종 챌린지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이후 본격적인 숏폼 콘텐츠의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기업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릴스를 출시했고, 유튜브도 ‘쇼츠’를 선보여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MZ세대는 숏폼 영상을 놀이처럼 따라 하고 공유했고, 2020년 폭발적인 인기를 끈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대표적인 예이다.
숏폼을 위한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함과 동시에 콘텐츠 역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약 11년째 방송 중인 SBS 동물 프로그램 ‘동물농장’이 숏폼 콘텐츠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동물농장은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애니멀봐’라는 이름의 채널로 5분 내외의 숏폼 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다. 현재 구독자는 382만 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MBC, TVN, JTBC 등 방송사들이 이 같은 숏폼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존 TV 프로그램 역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방송된 tvn의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10분 남짓의 짧은 영상 6개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방송했으며 지난 12일에는 ‘출장 십오야’라는 새로운 숏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1회 분량이 15~20분 남짓 되는 짧은 드라마인 ‘웹드라마’의 흥행 역시 숏폼 콘텐츠로의 전환 사례로 볼 수 있다
MZ세대에게 즐거운 놀이의 일종이었던 숏폼 콘텐츠가 이제 비즈니스로 확장되고 있다. 빠르고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기업들이 숏폼 콘텐츠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원 F&B의 ‘맛의 대참치’와 빙그레의 ‘슈퍼콘’은 숏폼 콘텐츠가 성공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공참치 레시피를 CM송과 함께 소개한 동원F&B의 ‘맛의 대참치’는 1,5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큰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손흥민 선수가 막춤을 선보인 슈퍼콘 CF는 전 세계에 공유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다른 기업들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틱톡 챌린지'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다. 웹툰 '상수리나무 아래' 미국 진출 당시 해시태그 챌린지를 활용했다. 챌린지를 위한 브랜드 스티커(필터)를 특별 제작해 배포하였고, 150만 개의 비디오 생성, 총 30억 비디오 뷰 기록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네이버 웹툰은 BTS와 협업 한 웹툰 '7FATES : CHAKHO' 런칭 전 틱톡 공식 계정을 열어 글로벌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전략을 펼쳤다고 한다. 게임 ‘쿠키런’의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는 공식 계정을 통해 쿠키들의 스토리를 담은 오리지널 숏폼 콘텐츠를 공개했다. 90만 명의 팔로워를 기록하며 적극적으로 국내외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미래
이제 기업뿐 아니라 언론 매체들도 숏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핵심만 간추린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은 뉴스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 요즘은 뉴스를 숏폼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엄중한 재난 상황에서 숏폼 콘텐츠의 파급력은 빛을 발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 직후, 틱톡에 ‘#Ukrain’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동영상이 수백억 건 업로드되었다.그 어떤 언론보다 더 빠르게 전쟁의 실상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숏폼 콘텐츠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BBC 등 세계적인 언론 매체들은 숏폼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최근 이슈가 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 수칙을 영상으로 만들거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인종차별 사례, 흑인 기자들의 근무환경을 다룬 영상 등을 제작해 공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뉴즈(@newzvibe)’라는 틱톡 계정이 하나의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은 유의미한 사례가 있다. 뉴즈는 생활 속에서 알아두면 좋을 간단한 팁, 트렌드, 기타 정보 등을 짧은 영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 기업이다. 설립 2년이 지난 지금은 18만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Z세대 문법에 맞는 뉴스를 만든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미디어인 TV 뉴스의 자리를 숏폼 콘텐츠라는 뉴미디어로 대체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숏폼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 기존 중·장편 콘텐츠에 더불어 정식 분야로 선정돼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금은 총 21억 5,000만 원 규모로 작품당 지원금은 지난해 보다 약 4,000만 원이 늘어난 1억 9,000만 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져 기존 롱폼 콘텐츠의 긴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과거로부터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축적된 문자 매체와 멀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대사회의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자 매체를 비롯한 기존 매체의 중요성 또한 균형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