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 투자 열기
요즘 미술 작품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전통적인 부자들은 물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선 이들의 손길이 미술 작품 시장까지 확대되었고, 여기에는 투자와 재미, 취향까지 아우르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껏 뜨거워진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정리해 드립니다.
가끔 ‘ 경매 시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 기록 경신~’ 이런 뉴스를 본 적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저건 딴 세상 이야기지’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달리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미술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세계 3대 경매회사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국내 경매회사도 작년 대비 3배 이상의 낙찰 총액인 3,300억 원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습니다. 얼마 전 폐막한 ‘화랑미술제’ 도 5일간의 행사 동안 5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17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첫날에만 45억 원 규모의 작품이 팔릴 만큼 인기였다고 합니다.
원래 미술 작품 투자 큰손은 나이 지긋한 부자들과 갤러리였습니다. 고가의 미술품을 취미용으로 소장하는 것은 물론 재산 증식용으로도 투자하는 게 부자들의 흔한 방식이었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젊은 세대인 MZ세대가 미술시장에 적극 가세하여 일부 인기 작가들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왜 미술시장에 뛰어들게 된 걸까요?
투자의 새 바람 - 조각 투자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은 중장년층이 아니라 MZ세대가 미술 작품 투자의 뜨거운 고객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MZ세대 특유의 ‘덕질+재테크’ 열풍과 조각 투자로 대표되는 공동구매로 가격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분입니다. 좋아하는 명품이나 스니커즈가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맛본 MZ세대가 다양한 취미를 재테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트테크’인 것입니다.
지난 3월 8일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서울옥션블루 소투(SOTWO)에서 진행한 이우환 작가의 ‘대화(Dialogue)’ 두 작품이 공동구매 대비 각각 최단 시간인 1분 18초와 최고 금액인 12억 원으로 조기 마감된 것을 보면 MZ세대의 공격적인 성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공동구매 회원 중 60%가 1980년 이후 출생자인 MZ세대이며, 12억원 공동구매액 중 52%인 약 6억 1,000만 원이 MZ세대로부터 나온 금액입니다. 또 다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 앤 가이드도 MZ세대가 대거 몰려들며 매출 성장률 25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동구매 플랫폼은 미술품의 지분을 조각조각 쪼개어 미술 작품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적은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기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MZ세대에게 적합합니다. 플랫폼과 작품 규모에 따라 적게는 1조각 1,000원부터 1만~100만 원 단위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소투, 테사 등 공동구매 플랫폼 회원의 절반을 웃도는 것이 20~30대의 MZ세대인 이유입니다. 적은 금액으로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등 국내 유명 작가는 물론 쿠사마 야요이, 뱅크시, 데이비드 호크니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일부’ 소장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쏠쏠합니다. 지난해 테사의 평균 수익률은 21.94%, 소투의 평균 수익률은 17.43%였으며, 2018년 오픈한 이래 평균 수익률 33.6%를 기록한 아트앤가이드나 평균 수익률 52.77%를 보인 아트투게더의 실적을 보면 미술품 공동구매가 단순한 덕질을 넘은 훌륭한 재테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MZ세대
MZ세대의 아트테크가 재테크에 매몰된 과도한 투기 심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요층의 세대교체로 인해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변화를 불러오는 효과도 분명 있습니다.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처럼 높은 시세를 보이는 유명 작가들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데 적극적인 것도 MZ세대입니다. 문형태, 우국원, 콰야, 힐러리 페시스, 샤라 휴즈 등 젊은 작가 작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아트 상품과 결합된 형태로 선보이며, 가볍고 단순화한 웹툰 스타일 그림이 인기를 얻는 것에는 모두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는 MZ세대의 특징이 크게 반영돼 있습니다.
실물보다 이미지 소비가 익숙하고 가상공간이 일상화된 MZ세대가 미술시장의 영향력을 미치면서 미술품과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NFT 아트도 미술 시장의 뜨거운 인기 영역으로 떠올랐습니다.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해 희소성을 지니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는 게임, 예술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1년 410억 달러(약 4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며 2020년 실물 미술 시장 규모인 500억 달러(약 59조 원)를 위협할 만큼 거대해졌는데요. 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서 비싸게 팔린 작품 중 8위를 기록한 것도 ‘NFT의 제왕’이라 불리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이었습니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에브리데이즈-첫 5,000일’이 6,934만 달러(약 775억 원)에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NFT 아트에서는 기존 미술 작품과 달리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스트리트 아트 같은 작품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창작자 또한 기존 실물 미술시장과 달리 신진작가, 일반인 등 누구나 얼마든지 플랫폼에 작품을 등록, 판매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소유는 물론 감상 또한 디지털 세계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노트북과 휴대폰 등으로 할 수 있죠. 디지털에 친숙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아트테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술 작품 투자 시장이 한껏 뜨거워진 데에는 MZ세대의 급부상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라는 특수성도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치솟은 투자 열풍이 미술 시장까지 확대됐기 때문이죠. 또한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온라인 경매로 접근성이 좋아지고, 손쉽게 글로벌 미술계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투자 아트바젤과 금융그룹 UBS의 ‘2021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 시장의 온라인 거래 비중이 25%로,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커졌다고 합니다. 결국 MZ세대+공동구매+팬데믹의 시너지가 작금의 뜨거워진 미술 시장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미술품을 오로지 투자의 시선으로만 보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크지만, 다소 좁고 경직됐다고 여겨지던 미술 작품 투자 시장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단순한 투자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공부하며 즐거움을 찾고 싶은 투자자라면, 이 참에 미술 시장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