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의 잔고만 내리고 나머지 모든 것은 다 오른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가 아닌 현실이 된 요즘,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질 소득은 낮아지고, 부동산과 증시의 불황으로 투자 시장도 얼어붙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지출을 0원으로 줄이는 극단적인 절약을 일정한 기간 동안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무지출 챌린지
고물가 시대 지출 제로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6.0% 상승해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사상 처음으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요즘 알뜰한 소비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와 유튜브에는 무지출과 절약 브이로그 등을 제목으로 하는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인기 키워드로 '짠테크'가 등극했다고 한다. 재테크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도 무지출 또는 가계부 작성을 인증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7~80년대 허리띠 졸라매고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가계부 쓰던 가정 주부들이 생각난다.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한 번뿐인 인생을 마음껏 즐기자는 MZ세대가 변한 것은 인플레이션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증시의 불황으로 '영끌족' '빚 투족'의빚투족'의 시름이 깊어졌다. 주식 시장의 장기 침체와 '루나', '테라' 등 가상화폐의 폭락 여파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젊은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었다. 앞으로도 경기 둔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재를 사는2030 세대에게 절약은 더 이상 궁상이 아니라 경제 불황을 견디기 위한 삶의 태도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금리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 만큼 절약을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지출 챌린지 과연 가능한가?
무지출 챌린지는 돈을 아끼는 절약과 조금 차이가 있다. 값싼 점심을 먹고, 택시 대신 버스를 타는 등의 행동으로 일상적인 지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돈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최근 유튜브에 '무지출'을 검색하면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MZ세대 유튜버들의 브이로그 영상을 볼 수 있는데, 하룻동안 돈을 쓰지 않는 소소한 도전뿐 아니라 일주일, 열흘 이상 연속으로 무지출을 달성하는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일 돈을 쓰지 않으려면 단순히 절제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막는 것뿐 아니라 반드시 써야 하는 생활비도 쓰지 않아야 하는데, 어떻게 일주일간의 무지출이 가능할까?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한 사람들은 일명 '냉장고 파먹기'를 통해 예전에 미리 사 놓은 식재료로 끼니를 때우며 주로 식비를 아낀다고 한다. 회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회사 탕비실에 있는 음료나 무료 음료로 대신하고, 걸을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는 앱을 적극 활용한다. 무지출 챌린지 중에 친구와의 약속이 생기면 미리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이용하여 카페에 가거나 문화생활을 한다.
최근 젊은 세대의 무지출 챌린지는 소비를 극한으로 줄여서 부자가 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비를 절제하는 습관을 갖기 위한 도전에 가깝다. 그래서 매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지출'이 하나의 문화이자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 - 점심을 먹을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냉면의 1인분 값은 1만269원으로 지난해보다 14% 올랐다고 한다. 짜장면도 15% 올라 6000원을 훌쩍 넘었다. 이제 4천 원을 넘어 5천 원짜리 김밥도 흔히 볼 수 있다(예전에 2~3천 원도 비싸다고 느꼈었는데). 식재료 가격의 상승으로 외식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매일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에 최근에는 직장인들 사이에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런치(Lunch)'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으로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것을 표현하는 신조어이다. 런치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거나, SNS 또는 커뮤니티 등에 값싼 식당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 올해 7월 첫 주 GS편의점의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8% 성장했다고 한다.
수도권 도심의 주요 식당에서는 1만 원 이하의 음식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밥값이 저렴한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행정안전부 “착한 가격 업소(https://www.goodprice.go.kr)” 홈페이지에서 저렴한 가격, 청결한 운영, 친절한 서비스를 기준으로 평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우수 업소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마무리
흔히 MZ세대라고 불리우는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고 부족함 없이 자라서 예전 세대와 같은 검소함이 없고 즉흥적이고 때론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소비를 한다고 걱정을 했던 때가 얼마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랬던 젊은 세대들이 기존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고물가 인플레이션의 현실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무지출이라는 소비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예전 같은 즉흥적이고 능력을 벗어난 소비도 문제이지만 요즘의 극단적인 무지출은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그 배경에 답답하고 암울한 경제 상황이 있어서 일 것이다. 하루 빨리 젊은 세대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어두운 경제 상황을 벗어나 밝고 희망찬 상황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