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 거래
경제 뉴스는 어려워도 경제 다룬 드라마는 재미있습니다. 정보를 빼내 거액의 돈을 얻고자 하는 증권회사 청소부들의 활약을 방영 중인 드라마 "클리닝 업"으로 내부자거래 및 각종 경제범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드마라 "클리닝 업"
‘베스티드 투자증권’의 건물 곳곳을 청소하는 용역 미화원 우용미(염정아)는 우연히 청소를 하다 내부자거래로 거액의 돈을 벌고 있는 내부 직원의 통화를 엿듣습니다. 이 직원의 정보를 잘 엿들어 ‘떡상’할 만한 정보를 알아내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 직원의 방에 도청기까지 심어 놓으며 정보 유출을 시도합니다. 그러고 보면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각종 고~급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알 기회가 많을 것 같은데요. 이를 단속하기 위한 내부자거래란 어떤 걸까요?
중범죄인 내부자거래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는 회사의 내부자가 자신의 직무 및 지위와 관련해 얻은 회사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여 회사증권을 거래하는 등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불공정거래를 말합니다. 회사의 임직원, 주요 주주, 회사와 일정한 계약 관계에 있는 자 등 내부자가 회사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공개하지 않은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 등을 사고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식 등을 사고파는 데 이용하여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금융당국은 내부자거래를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교란 행위로 분류해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벌도 무겁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5조에 따라 내부자거래 혐의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포함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내부자거래는 시세조종(Maket Manipulation)과 함께 증권 불공정거래의 양대산맥을 이룹니다. 위반 액수가 5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합니다. 규모가 50억 원을 넘으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네요. <클리닝 업>의 우용미와 미화원 일당이 8화까지 벌인 규모는 아직 5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긴 합니다만, 우용미가 접근한 내부자거래 일당의 캡틴(송영창)과 이영신(이무생), 금잔디(장신영), 윤태경(송재희)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액의 내부자거래를 해온 것으로 보이니 그 규모가 수십 억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범죄란 것입니다.
내부자거래 처벌 사례
이런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내부자거래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미래 산업 등 관련한 호재성 정보를 입수해 차익을 거두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불공정 거래 심리 실적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불공정 거래 109건 중 77건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였다고 합니다. 내부자거래 특성상 사전 감시가 힘들고, 시세조종 등 다른 불공정거래보다 혐의 입증이 어려워 범죄 유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자 거래로 유명한 ‘살림의 여왕’이라 알려진 마사 스튜어트도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았습니다. 마사 스튜어트는 2001년 12월 생명공학업체 임클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는 빠져나갔으나 조사 과정에서 관계자와 입을 맞춰 수사를 방해하고, 조사관에게 허위진술한 혐의로 기소돼 2004년, 징역 5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습니다.
내부자거래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 중 유명한 사람으로 이반 보스키(Ivan Boesky)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이름을 날리던 투자업자 이반 보스키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법적인 합병차익거래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UC버클리 경영대학원 졸업식 연설에서 “탐욕은 좋은 것이고 정당하다”는 말을 남겼을 만큼 탐욕스럽게 부를 쌓던 그는 결국 1986년 11월 14일 체포되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 내부 정보를 빼내 단기매매로 수십억 달러를 움직이던 대표적인 작전세력이었던 이반 보스키의 체포는 월스트리트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M&A시장이 위축되고, 당시 호황이던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월가는 11월 14일을 ‘보스키 데이’라 불렀을 정도. 이반 보스키는 ‘정크본드의 황제’라 불리던 마이클 밀켄의 혐의를 밝히는 것을 돕는 조건으로 감형을 받았는데요. 이로 인해 마이클 밀켄 또한 내부자거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2개월을 복역한 바 있습니다. 이반 보스키의 이야기는 찰리 쉰 주연의 1987년 작 영화 <월스트리트>로도 만들어졌는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작품성이 좋다고 합니다.
내부자거래의 필수 항목 차명계좌
<클리닝 업>에서 우용미는 이영신과 함께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 투자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눈을 피하기 위해 2개의 차명계좌를 구하려고 하죠. 차명계좌(借名計座)는 예금주와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계좌를 뜻합니다. 흔히 대포통장이라 불리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통장을 자금 세탁 행위, 비자금 은닉, 보이스피싱, 세금 탈루 등 여러 범죄행위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차명계좌를 쓰는 건 당연히 불법입니다. 예전에는 예금주의 익명 또는 차명계좌로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1993년,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계좌를 개설할 수도, 계좌이체를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차명계좌의 개설 및 사용 또한 불법! 본인 명의로 된 통장 혹은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는 범죄행위로, <클리닝 업>에서 차명계좌로 어머니의 계좌를 이용하려 한 우용미는 물론 그를 수락하려 했던 우용미의 어머니도 처벌받을 수 있는 겁니다. 불법적으로 수익을 은닉할 목적이나 자금세탁, 조세포탈 등을 용도로 차명계좌를 개설 및 거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요. 은행 등 금융사 직원이 차명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한 경우에도 처벌받습니다.
부모님 명의의 통장에 용돈을 모으거나 자녀 명의 계좌에 대학 등록금 마련의 돈을 모으는 등의 차명계좌 거래도 있을 텐데요. 자금세탁과 세금 탈루 등의 목적이 아닌 선의의 차명거래는 허용될 수 있지만, 가족 간 거래라고 무조건 합법은 아닙니다. 절세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개인사업자가 소득 일부를 가족 명의 통장에 이전하거나 세금우대상품에 가족 명의를 사용하는 경우, 증여세 감면 범위를 초과해 가족 명의 계좌에 예금하는 경우 등은 차명계좌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 "클리닝 업"은 뻔히 눈에 보이는 존재임에도 증권회사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던 용역 미화원들이 내부 정보를 빼돌려 큰 돈을 얻는다는 범죄를 다루지만, 동일한 범죄로 더 큰돈을 벌고 있는 고학력·고스펙의 화이트칼라 등과 비교해 짠한 처지라 응원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에서는 크나큰 범죄라는 사실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