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Gig Economy) 경제란 무엇인가?
최근 공유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법적 근로자 지위와 일자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력을 공유하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논할 때 흔히 ‘긱경제(gig economy)’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원래 ‘긱’은 무대 공연을 뜻하는 말로, 공연을 위해 필요한 연주자들을 공연장 근처에서 임시로 섭외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유경제에서는 노동이 긱으로 변했다는 의미에서 긱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공유경제에서 공유되는 자산의 종류에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는 유형의 물적 자산뿐만 아니라 무형의 인적 자산도 포함된다. 현실에서 물적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많은 낭비가 발생하고 있듯이 마찬가지로 인적 자산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이나 노동력을 등록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인적 자산을 빌려서 이용하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해외에서는 전문가 서비스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공유노동 서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썸택(Thumbtack)’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전문가 서비스 중 하나다. 주택 수리, 인테리어 등 각종 작업을 비롯해 마술사, 배관공, 정원사, 요리사, 작가 등 무려 1천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문가와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준다. 썸택과 유사한 국내 서비스로는 ‘크몽’, ‘숨고’, ‘오투잡’ 등이 있으며 해외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 또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완전한 자동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둔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및 유럽 주요 국가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각 나라에서는 자국의 사정에 맞는 인더스트리 4.0을 발전시켜 나갔고 실제 다양한 산업적 융합모델이 탄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 및 온디맨드(On-demand) 플랫폼 등이다.
특히, 온디맨드 플랫폼은 모바일 및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일자리를 주문하고 고용하는 ‘온디맨드 경제’의 확산을 가져왔다. 온디맨드 경제의 고용형태는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언급한 4차 산업혁명에서의 고용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2) 그는 향후에 자본보다는 재능을 가진 인간이 더 중요한 생산 요소가 되고 노동 시장에서 ‘저기술-저임금(low-skill/low-pay)’ 직업과 ‘고기술-고임금(high-skill/high-pay)’ 직업을 구분하는 장벽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고용 시장의 변화로부터 탄생한 온디맨드 경제의 확산의 결과물이 최근 미국 및 유럽 등 글로벌경제 주요국 들에서 트렌드로 정착중인 긱 워크 및 긱 경제이다.
긱 경제의 현황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Uber)와 숙박공유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Airbnb)로 알려진 긱 경제는 이후 인력 파견, 배달 및 청소 등 단순노동 서비스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변호사 및 컨설팅 등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 내 인력 매칭 플랫폼 기반의 대표적인 기업 으로 태스크래빗(TaskRabbit)이 있다. 청소, 이사. 배달 등 임시적인 단순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파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 회사의 사이트에 인력 파견을 원하는 사람이 지급금액과 심부름 내용을 올리면 조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지원하여 위탁계약이 체결되고 용역서비스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MBA가 긱 경제와 만났다(the gig economy meets the MBA set)’라고 불린 O2O(Online-To-Offline) 기반 컨설팅 서비스 아워리너드(HourlyNerd)3)는 긱 워커인 컨설턴트 1만7천여 명을 보유하고 스타트업(Startup) 중심의 컨설팅을 시작해 기존 컨설팅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하버드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2013년 수업 프로젝트로 시작됐으며 2016년 현재 3만8천여 명의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중소기업 컨설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부 대기업도 스타트업들과 제휴해 긱 경제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아마존(Amazon)이 우버와 유사하게 차량을 가진 일반인을 배달원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에 나서고 기존 대형 소매업 공룡 기업인 월마트도 기존 긱 경제 기업들인 우버, 리프트 등과 손잡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Mckinsey)는 보고서4)에서 긱 경제의 규모가 2025년까지 전 세계 GDP의 2%인 2조 7천억 달러까지 성장하고 약 5억 4천만 명 인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 했다. 또한 구직 시간, 경제활동 참가율 등 직간접적 효과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긱 경제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 긱 워커는 미국 전체 가구의 1/12인 1천만 명 이상이며 대공황 이후 65% 증가하여 2014년 기준 미국 노동자 수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측면에서 미국 및 유럽 긱 워커는 주 수입 및 자발적 선택 여부로 볼 때 보조수입이면서 자발적 선택인 비율이 약 40% 인 6천 4백만 명이며 주 수입 및 자발적 선택이 30%인 4천 9백만 명이다. 미국 긱 워커의 인구학적 측면을 보면 남성(61%), 소수인종(55%), 청년층(51%) 및 도시거주자(41%)가 주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금 수준에 있어 긱 워크를 대체근무(alternative arrangement)로 보면 전통적 근로 기반 일 자리보다 낮아 저(底)기술/저임금의 긱 워크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긱 경제의 확산으로 인해 구직에 드는 시간이 감소하는 인구가 2억 3천만 명,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인구가 2억 명, 좀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기업에 연결되는 노동자가 6천만 명에 이르고 채용과정에 비 공식성이 감소되는 혜택을 입는 인구가 5천만 명 정도로 예측된다.
긱 경제의 특징
근대로부터 시작해 세계대전 및 대공황 등을 겪으며 정착된 산업사회의 전통적인 고용관계는 장기적 고용계약을 바탕으로 한 고용안정 및 보험혜택 등의 특징이 있다. 또한 이연 보상, 연공서열 및 퇴직수당 등을 통해 고용의 질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급속도로 증가한 ‘공동 기업’5) 모델은 장기고용에 따른 정규직보다 임시직 선호를 가져왔다. 또한 1980년대 미국 GE社의 잭 웰치(Jack Welch)가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라는 슬로건 하에 관료주의를 철폐하고 경영효율화를 위해 기존의 고용 계약을 파기하면서 장기고용계약을 통한 고용안정의 전통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긱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긱 워크는 이와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역사적 기반에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이 극대화된 고용형태다.
긱 경제에서 고용관계는 경영자와 노동자 관점에서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으로 나눠서 생각 해 볼 수 있다. 경영자 측에서는 노동자인 긱 워커와의 고용 협상 시 우위를 점해 노동자의 이익이 경영자로 전이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노동유연성이 극대화되면서 장기고용으로 발생하는 고용 보험 등의 제반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숙련공을 고용하기 어려워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성이 하락하는 문제점이 있다.
노동자입장에서는 전통적 근로계약의 굴레를 벗어나 능력에 따른 직업 선택의 폭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고 자기계발을 하는 유인이 된다. 하지만 직업안정성이 낮아지고 경기하락 및 실업률이 증가할 때 고용계약에 있어 교섭력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기술 보유 기준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의 기술로 낮은 임금을 받는데 만족하지 못하지만 전문기술도 없는 기술적 중간계층의 노동자에게는 고용안정성이 더욱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노동유연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글로벌 경영환경을 볼 때 향후 긱 경제의 확산은 가속화 될 것 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과 기술 간의 평형(equilibrium)이 어느 선에서 형성될지는 지켜봐야 할 사항 이다.
한국의 긱 경제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의 원초적 사업형태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한국의 대리운전 서비스이다. 모바일 앱 기반의 서비스는 아니지만 전화번호를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고 있어 긱 경제의 기초적 개념을 충실히 담아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낳았다. 사업자 들이 대리운전자에게 과다한 수수료를 부과했고 연료비도 스스로 충당하도록 하는 ‘갑의 횡포’를 부린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처우는 물론 관련 보험도 대리운전자가 직접 들게 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IT 기업인 카카오는 최근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를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녹여내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어 긱 경제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2015년 3월 31일 승객용 앱을 출시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대리운전자에 대한 과다한 수수료, 열악한 처우 및 보험 문제 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았다. 특히 대리운전 이용자 차원의 서비스 편의성이 높아지고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 시장은 업체 중심이었으나 고객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여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카카오 향후 홈서비스 등 다른 온디맨드 플랫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카카오 이외에 굿스플로의 ‘배송지키미’, 홈케어 시장을 겨냥한 ‘와홈’ 및 가사도우미 서비스인 ‘곧감’ 등의 기업도 한국에서 운영 중인 긱 경제 기반 비즈니스로 꼽힌다.
한편, 한국은 미국 및 유럽 등과 달리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고 사회안전망이 약해 긱 워커 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관련된 통계는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2013년 비정규직 일자리가 22.4%로 OECD 평균 11.8% 대비 2배 수준이며 3년 내 정규직 전환율도 22.4%에 불과해 OECD 평균 53.8%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긱 워커 등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상대적으로 미비 하며 이들이 낮은 임금과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 중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노동자는 월 평균 약 228만원을 받고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며 84%가 본인이 주유비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가입률도 38%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을 하지 않거나 자영업자로 취급당해 위탁계약을 맺는 등 불공정 관행도 있다. 레미콘 노동자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되지 않아 고용주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긱 워커들이 있는 것이다.
향후 국내 긱 경제의 규모는 실업률 상승 등의 환경과 새 정부 국정 최우선과제인 일자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실업률 상승 및 경기하락은 고용시장에서 경영자의 협상력을 증가시키고 노동유연성을 높여 긱 경제의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 정부부터 꾸준히 도입되어 온 임금피크제 도입, 업무부적격자 해고요건 완화, 통상임금 기준 정비, 근로시간 유연성 및 실업급여 확대 등 노동유연성 강화 등의 정책적 기조를 고려하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기업을 위한 노동유연성 확보와 더불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잡겠 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세계적 추세인 긱 경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