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일상 생활
금리는 개개인의 일상 생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집이나 자동차를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할 경우 금 리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의 변화는 기업의 투자, 주가, 환율 등 경제의 주요 지표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은행의 예금 금리(수신 금리)와 대출 금리(여신 금리),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기준금리 이외에도 은행 간 콜금리 등 수많은 금리가 있기 때문에 각종 금리의 성격, 결정 과정, 파급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금리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겠다.
특히 기준금리 조정 문제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한 나라의 금리는 물가, 내수경제를 포함해 외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량을 조절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효과가 나타나며, 반대의 경우 돈이 풀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식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종종 시중 통화량이 과대하다고 판단되면 인플레이션과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곤 한다.
금리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전에 우선 왜 올렸는지 배경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가 어느정도 회복됐다고 봤다는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그동안 초저금리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고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봤으며, 이제 금리를 인상에 시중에 풀린 자금을 조금씩 거둬야 할 시기로 본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10월 전망 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한국은행은 10월 경제 전망에서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로 올렸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문제는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것에는 많은 경제학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임금을 올려 달라 요구하고 임금 인상은 다시 물가를 더 상승시킵니다. 악순환이죠. 많은 경제학자가 중앙은행이 물가와 물가에 대한 기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과열된 경제를 안정시킬까요? 이런 비유를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라면이 너무 빨리 끓게 되면 라면에 물을 부어서 라면을 천천히 끓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빠른 방법은 불을 줄이는 것입니다. 라면의 물 조절이 통화량 조정이라면 불 조절은 금리 조정입니다. 불 조절이 물 조절보다 더 빠르고 즉각적이며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금리를 올리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영장에서 물을 틀었는데 너무 차가워 뜨거운 물을 틀었더니 이제는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경제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금리를 내려 경기가 회복됐는데 적당한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경제가 너무 뜨거워집니다.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에 거품이 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도 문제가 됩니다.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금리를 올리면 다시 경제가 침체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시 급하게 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대부분 경기가 나빠진 다음입니다. 경제 지표가 좋을 때 미리 경기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서 금리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는 경제지표가 한창 좋게 나올 때입니다. 경제지표가 좋게 나올 때 중앙은행은 과하게 금리를 올리게 됩니다.
보통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와 예 적금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이미 시장금리는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는 11월에 1.62%로 공시됐으며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11월 중순 코픽스 금리가 발표된 다음 날부터 은행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 다음인 11월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가 있었다. 12월 3일 기준으로 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주일 전에 비해 오히려 0.07~0.08%p 하락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는 이미 경제가 침체의 증후가 보일 때가 많습니다. 금리를 내리지 말아야 할 때 내리는 경우보다는 적극적으로 내려야 할 때 덜 내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끝나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시대를 겪게 된 중앙은행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입니다. 한편,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할 때 오판해서 올리는 경우는 대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를 때입니다. 경제의 체력은 좋지 않은데 자산 가격이 오르면 경제를 감안해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자산 가격을 더 이상 오르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학자들은 전자의 목소리를 내고 표심에 신경 쓰는 정치인들은 후자의 목소리를 냅니다. 운이 나쁘면 잘못된 금리 인상으로 큰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금리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