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과 "빚투" 열풍의 후폭풍 - "개인회생" "개인파산"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말843.2조 원에서년 3/4분기 말 두 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주요국에 비해서도 부채 수준이 높고 증가 속도도 빠른 편이다. 2021년 3월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9%로 상위 30개 주요국 평균(63.2%)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31.7%포인트)도 주요국(+6.9% 포인트)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최근 몇 년 사이 2030 세대 청년층의 가계부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2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예견되었던 부분이다. 2022년 2분기 20대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늘어났는데 이는 총 가계부채 증가율(9.1%)보다 3.7% p 크며,다른 연령층(7.8%)에 비해 5% p늘어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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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은 가고 대출금은 남고
최근 몇 년 간 20, 30대가 대출받는 이유는 주택 구매 및 전월세 자금과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아 전세자금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2020~2021년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가 높아지면서 청년층의 주택 매입 거래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증가세는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 기여율은 2018~2019년 30.4%에서 2020년 이후 41.5%로 확대되었고 주택담보대출의 기여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6.6%로, 신용대출 기여율은 8.3%에서 13.7%로 비중이 증가하였다.
이성을 잃은 투자 열풍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시중 은행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빚투(빚을 내 투자)에 나섰다가 금리 인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청년들도 있다. 20대 청년층 중 일부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섰고, 이로 인해 20, 30대 신용대출 증가율이 다른 대출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러한 열풍은 ‘영끌족’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거래가능한 코인 투자자 55%가 20,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배에서 심지어 백배 이상의 수익으로 큰돈을 벌고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기도 했기에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빚을 내서 투자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저금리로 인한 통화 유동성의 과잉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었고 이로 인한 미국 발 급격한 유동성 완화와 금리인상이라는 투자시장의 악재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2030 세대에게 큰 타격을 입히게 되었다.
이미 대출받은 금액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제1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으로 몰리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2030 세대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전 연령대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가 되었다.
늘어나는 2030 세대 채무 불이행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30 세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채무조정 확정자도 증가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대 채무조정 확정자는 2019년 1만 1천 명에서년 1만 3 천명선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사회 초년생인 20대의 빚 부담은 사회적 고립을 양산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을 위한 공적 채무조정 활성화, 금융 상담 지원 확대 등의 청년 금융정책 시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였을 때 국가가 개인의 빚을 탕감해 주는 법적 제도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있는 개인 채무자의 빚을 줄여주어 경제활동의 주체로 재기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돕는 것이다.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다음과 같다. 일정한 수입이 있는 ‘급여소득자’와 ‘영업소득자’로서 현재 과다한 채무로 인해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거나 지급불능 상태가 발생할 수 있는 개인만이 신청할 수 있다. 3년에서 5년의 기간 동안 원금의 일부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의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단, 총채무액이 무담보채무의 경우에는 10억 원, 담보부채무의 경우에는 15억 원 이하여야 한다.
개인회생절차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지원제도를 이용 중인 채무자나 ‘배드뱅크’ 제도에 의한 지원절차를 이용 중인 채무자도 이용할 수 있다. 파산절차나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사람도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개인회생과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은 모두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단, 운영 주체가 다르다. 개인회생은 법원에서 운영하고,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은 금융기관 채권자들이 설립한 대리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한다.
개인회생은 연체 위험성이 있으면 바로 신청할 수 있는 반면, 신용회복은 3개월 이상 연체자, 신용불량자, 최저생계비 이상 소득자에 한해 신청이 가능하다.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받을 수 있으며,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미상각 채권 원금은 0~30% 내에서, 상각 채권 원금은20~70%(사회 취약계층은 최대 90%) 내에서 감면받을 수 있다. 신용회복의 변제기간은 개인회생보다 길다. 무담보채무의 경우 최장 10년, 담보채무의 경우 최장 35년 이내 분할 상환하면 된다.
신용회복은 신청 절차가 간편하고 신청 비용이 적게 든 것이 장점이다. 반면 대상자로 선정되는 요건이 까다롭고 원금 감면과 사채 감면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만 있는 경우 신용회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개인회생의 경우 월 소득과 생계비를 감안해서 변제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신용회복하는 것보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것이 월 변제금이 적을 수도 있다. 개인회생과 신용회복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 세대들의 채무 조정(일부 탕감 또는 감면) 관련 대안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생계를 위한 대출금이 아닌 투자를 위한 채무를 조정해주는 것이 형평성의 문제나 청년 세대들의 도덕 불감증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우려도 분명히 있지만 청년들이 그렇게 영끌과 빚투로 이성을 잃고 투자 시장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일부 기성세대들의 잘못도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한참 열심히 일해서 국가 경제에 초석이 되어야 할 청년 세대들 중 많은 수가 갑자기 채무 불이행자로 낙인찍혀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 또한 국가적 손실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채무를 탕감해주고 없었던 일로 해서도 안될 일이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